고백 평가사 (상)


 어느새 텅텅 비다시피한 버스 안. 술취한 우형이 스르르 눈을 뜬다. 버스기사가 잘 보이지 않는 좌석버스 뒷자리에 앉은 그는 창밖을 바라본다. 슬금슬금 내리는 빗방울로 뿌옇게 되어버린 창문은 우형을 더욱 초조하게 만든다. 옷 소매로 창문을 닦아 밖을 보니 생소한 곳이다. 혹시 내릴 곳을 지나지 않았는지 걱정이 되어 두리번거리는데 버스 안은 우형까지 5명의 승객이 있을 뿐이고, 그마저도 다 앞에 앉아 주위엔 혼자 뿐이다. 아니, 시선이 느껴져 다시 보니 옆자리에 이상한 차림의 여자가 앉아있었다. 우형을 뚫어져라 보고있던 그 여인이 우형에게 말을 걸었다.

 "빨리 고백을 하고싶죠?"

 "네?"

 "그녀에게 고백을 하고 싶으시잖아요."

 "네? 뭐라고요?"


 안그래도 우형은 오늘도 술자리에서 친구들에게 자신의 한심한 사랑 푸념을 늘어놨었다. 분명 우형이 짝사랑하는 주희도 자신에게 어느정도 호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확신이 없어 고백할 타이밍을 못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 이상한 여인이 그런 말을 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 도 같은거 안믿는데요..."

 "...저 장난하는 것 아닙니다. 고백에 있어서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세요?"

 "아까부터 이상한 말씀을..."

 "속마음을 숨기려하지 마세요. 고백에 성공하고 싶다면 이번에 저와 같이 내리시죠."

 "별 이상한..."

 횡설수설을 하던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리는 문 앞에 섰다. 이윽고 버스가 멈췄고 그 여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렸다. 그리고 버스 문이 닫혔다. 

"아저씨! 죄송합니다. 내려주세요!"

 "에이... 다음엔 그러시면 안됩니다."

 "네! 죄송합니다."

 우형이 무슨 힘에 이끌려 버스에서 내렸는지 알 수 없다. 그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골목으로 걸어가는 여인을 따라갈 뿐이다. 우형은 우산도 쓰지 않은 그녀에게 자신의 우산을 씌워주려다 뭔가 내키지 않은지 그저 뒤따라 갔다. 검은색 단층 건물에 멈춰선 여인은 한 차례 우형을 쳐다보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우형은 잠시 머뭇거린 뒤 뒤따라 들어갔다.

 "들어오세요."

 검은색 벽지로 도배된 거실을 지나 응접실에 들어가 마주앉은 둘. 우산을 쓰지 않았음에도 옷이 한 방울도 젖지 않은 그녀를 보고 이상한 기운을 느낀 우형이 한 순간 몸을 떨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잘 들으세요. 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닙니다. 정식으로 고백평가사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5명도 되지 않는 특수직업이지요."

 "그런 직업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당연한 것입니다. 먼저 한가지 묻고싶네요. 당신이 좋아하는 그녀에게 고백을 하기 위해 가장 고민하는 점이 무엇인지요?"

 "그런데 정말 제 상황을 알고 얘기하시는건가요?"

 "물론입니다. 일단 이상하게 여기지 마시고, 대답을 해보세요. 가장 고민하는 점은?"

 "고백 방법이지요. 이벤트를 할지, 감동적인 편지를 쓸지, 플래시몹을 할지 고민입니다."

 "고백 방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

 "버스에서도 잠깐 언급했지요. 바로 고백하는 타이밍입니다. 저의 역할은 바로 그 타이밍을 잡아드리는 것이지요."

 우형은 믿음도 가지 않던 이상한 여인의 말에 점점 빠져들고, 무언가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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