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국 여행에 앞서 상당히 많은 로스앤젤레스(LA)쪽 경험자 분들이 저에게 했던 공통적인 우려가 하나 있었는데, 차 렌트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국제면허증도 만료되었고, 혼자 돌아다니기에 차량 렌트는 다소 과한 소비인 것 같아 아예 염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현지 대중교통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죠.

그런데 이번에 엘에이에서 지하철을 딱 3번 타면서 3번 모두 위협적인 일을 겪고 나니 다시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지하철을 이용하진 않기로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치안이 좋지 않습니다. 우버나 리프트라는 좋은 교통수단이 있기에 (물론 그마저도 위험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전 상대적으로 상당히 안전하게 느껴졌습니다.) 차량을 이용하더라도 차 안에 가방이나 고가의 장비를 두면 강도를 당하기 쉬운 곳이 바로 이 곳이라는 사실.


우선 제가 제일 처음 이용한 역은 바로 코리아타운 윌셔 Wilshire / Normandie Station 라는 역이었습니다. 하루종일 추가 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원데이 패스가 7달러로 다소 저렴한 금액이기에 데이패스를 구매하기 위해 자동판매기 앞에 섰습니다. 정오에 가까운 시각이었고, 주변에 인적이 거의 없었죠. 

그런데 제가 가지고 있는 달러들 중 절반은 도로 뱉어서 시간이 좀 지체되더군요. 방법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저 돈이 다시 나와서 다른 지폐를 넣느라 시간이 조금 소요되고 있었을 뿐이고 카드가 나왔기에 이제 타러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뒤에서 검은 피부의 손이 스윽 하고 나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전 흑인에 대해 매우 오픈된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고,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며 미국 땅에선 동양인과 마찬가지로 약자 계층이기에 서로 미워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엘에이에서의 며칠간의 경험으로 그들을 피하게 되었습니다.) 

제 탭카드를 가져가더니 뭔가를 계속 설명하다가 줍니다. 놀라기도 했고 영어가 잘 안들리기도 했기에 다시 카드를 가져가서 타려고 하는데 뒤에서 "Give me 2 dollar" 라는 말이 들립니다. 냄새가 꽤 나고 손에도 각질이 가득했기에 그저 빨리 피하고 있던 중이었고 그 흑인 노숙인은 두명이기에 긴장을 잔뜩 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개찰구가 가까웠고, 그들은 지하철 티켓이 없을테니 일단 플랫폼으로 들어가면 괜찮겠다 싶어 빠른 발걸음으로 개찰구를 통과하고 플랫폼으로 내려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들이 나쁜 마음을 먹지 않았기에 개찰구를 넘어 저를 해코지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다행이라 생각될 뿐입니다.


그리곤 곧이어 온 지하철을 타고 다운타운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하철은 보다 많은 사람이 앉아서 갈 수 있도록 설계된 열차였습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한다면 최대 수송인원은 적을 것 같네요.


다운타운으로 가는 길 까지는 아무 일 없이 갔고, 다운타운의 볼일이 끝난 뒤 헐리우드로 가기 위해 다시 지하철을 탔습니다. 버스가 있으면 버스를 이용했을 것 같은데 마땅한 노선을 찾지 못하여 지하철을 다시 타게 되었죠. 


이번엔 좀 멋진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비용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모습으로 추정되는 장면을 목격한 것인데, 여배우는 앉아 있고, 옆에서 랩퍼가 AR에 맞춰 랩을 하고 있었으며, 두명의 스탭이 그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꽤나 멋진 모습이었기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지하철을 타고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제가 탄 곳 다음 역에서 한 무리의 시끄러운 흑인 무리가 탑승하더니 제가 앉아있는 곳 통로로 우루루 몰려와 시끄럽게 떠들더니 이번엔 두명이 주사위 두개로 돈 따먹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1달러씩 지하철 복도 바닥에 놓더니 주사위를 굴려 한명이 가져가는 게임이었는데, 일단 소리와 액션이 커서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많이 끼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다리는 여러번 친 상태이죠.

다른 사람들 표정을 살피니 불쾌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누구 하나 제지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대로 빨리 내리길 바라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되는 상황이었습니다. 10분 가까이의 그 시간이 그렇게도 길게 느껴지다가 드디어 내리기 위해 조금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나오는데 제가 일어나자마자 밀어내듯 그 자리에 앉고 다시 그 주사위 돈따먹기를 시끄럽게 계속했습니다. 


뭐 이건 저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기 위한 행동이라 볼 순 없지만, 상당히 많은 미국인들의 좋은 매너에 감탄하고 있던 터라 기분이 꽤나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사건은 바로 헐리우드 거리에서 해진 후 서둘러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벌어졌습니다. 


이 때에도 차라리 버스를 타고 싶어 찾아보았으나, 지하철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었지요. 사실 원데이패스를 구매하지 않았다면 리프트를 이용했을 것 같은데, 좀 막힐 것 같기도 했기에 또 무슨 일이 생기기야 하겠냐 싶어 그냥 지하철을 타고 만 것이죠.


이번엔 퇴근시간대와 겹쳐서 그런지 꽤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고, 빈자리는 약간 있었지만 서서 가는 사람들도 조금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와 3~4걸음정도 떨어진 곳에 앉아있는 두명의 남자들이 시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50대정도 되어보이는 체격 좋은 백인 남성이 발을 치우라고 하고 있었고, 30대정도 되어보이는 흑인 남성은 계속 싫다며 뭐 어쩌라는 식으로 시비를 걸고 있었습니다. 50대로 보이는 남성분은 처음엔 일을 크게 만들지 않으려 했던 것 같은데 결국 둘의 말싸움은 그 칸의 모든 승객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다행히 그 말싸움은 잠잠해져 다시 마음을 놓고 이동하고 있었는데, 시비를 걸던 30대로 보이던 남자는 끊임 없이 약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상대방은 그저 닥치라며 단호하게 응대할 뿐이었는데 뭔가 가족이라도 건드리는 욕을 했는지 갑자기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지하철 내부는 싸움판이 되었습니다. 그 50대로 보이던 남자분은 격투 운동을 했는지, 조금의 낭비도 없는 주먹 놀림으로 상대를 제압했고, 지하철 바닥은 피가 흥건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도 크게 놀라서 말리지도 못하고, 결국 그 시비 걸던 남성이 도망치며 끝이 났고, 제 숙소와 가까운 역이 되어 내렸고, 경찰들이 열차로 들어가는 것 까지 보고 역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공고롭게도 3번 탑승 모두 이러한 사건들을 겪게 되었고, 모든 일의 발단은 흑인이었기에 그들을 피하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중에도 매너 좋은 사람들이 분명 많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적어도 코리아타운 근처에서 겪었던 흑인들은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다는 판단을 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월등하게 많았습니다. 

여전히 인종차별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전에 많은 사람들이 매너 있게 행동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낀 하루였습니다.


참고로,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30년간 살고 계신, 존경하는 지인분께선 캘리포니아에서 단 한번도 지하철을 타본 일이 없다고 하시는 걸 보니, 확실히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고서야 지하철을 타는 일은 피해야 하는 것이 맞겠다는 결론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행에 있어선 안전이 최우선이고, 이미 봉변을 당하면 손해는 오로지 본인의 몫입니다. 물론 무사히 지하철을 이용하게 될 가능성도 높겠지만, 그래도 저는 위의 경험들을 근거로 말리고 싶습니다. 안전한 도시가 아니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어떤 믿을만한 구석이 없다면 지하철 이용에 대해선 다시 한 번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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