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에서 알까기만큼 재미있는 놀이는 없었다.

그것의 시작은 작년 여름이었다.

종훈이가 우리집에 놀러왔고

바둑판을 보며 알까기를 생각해냈고

까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모임의 알까기와는 다르게

고도의 기술이 요망되었다.

우리는 4시간동안 알까기만 하면서 요령을 터득했고

엄지손가락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보는 긴장감은

당구를 칠 때

흰공이 빨간공에 닿을랑 말랑 하는 그 찰나보다 더 했던 것이다.

당구를 모르는 분을 위해 다시 설명하자면

복권을 긁을때 행운번호가 1인데 1의 모양이 보이기 시작하며

1인지 4인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긁어나가는 그 긴장감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알을 골랐다.

흰돌이 검은돌보다 가볍기에 검은돌로만 알까기를 했다.

화이트와 매직으로 장수이름을 썼기에 구분은 가능했다.

우리는 알까기를 집에서만 그칠 수 없었다.



결국 난 알과 고무뎅이를 가져갔고

컵라면자판기 앞에서 라면을 먹으며 알까기를 했다.

그것은 막상막하, 용호쌍박, 난형난제, 호형호제(아 이건 아니다.)

그 자체였던 것이다.



구경하던 다른 친구들은

"야 그거 X라 재미있겠다."

라며 참여하기 시작하여

토너먼트로도 진행되었다.

종훈이놈한테 알까기로 진 날은

공부에 전념할 수 없었으며

이긴날은 집중이 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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