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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심리상자

찬성입장의 주장입니다.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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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고 한다면, 군대에 가는 사람은 비양심이란 말인가?



[A]

흔히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고 하면 군대에 가는 사람, 군사훈련을 받는 사람은 ‘비양심적인 것인가?’하고 반문합니다. 이것은 어떤 행위를 ‘양심적인 것’이 아니면 ‘비양심적인 것’으로만 이분화해 온 사회적 고정관념의 영향이 큽니다.



양심이란 어떤 객관적이고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각 개인이 살아오며 형성해온 신념, 사상, 가치관이자 ‘진지한 마음의 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모든 개인에게 고유하게 존재하는 것이기에 60억 인류에게는 각기 다른 60억 개의 양심이 있다고 할 수 있겠죠. 한편 ‘양심의 자유’라고 하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양심을 형성하고 유지하며, 행동으로서 실현시킬 수 있는 기본적 권리를 말합니다.



대한민국 남성들은 병역의 의무를 지며, 따라서 군대에 가서 필수적으로 군사훈련을 거치게 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행위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고 있기에 그들에게는 하등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평소에 따르던 종교적 신념이나 가치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사격이나 총검술 등의 군사훈련을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행위로 인식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소수의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군대’나 ‘군사훈련’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반응을 하게 되는데, 군사훈련이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행위로 인식되어지기도 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군사훈련’을 강요받았을 때 심각한 인격적 훼손이나 양심의 굴종을 가져올 수 있기에 거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양심에 따라 군사훈련 및 양심을 거부한다는 것은 평소 자신이 따르던 종교적 신념이나 사상/가치관 등에 의거하여 그와 같은 행위를 거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군대에 가서 군사훈련을 충실히 이행하는 사람 또한 ‘진지한 자기 확신’이 따르는 양심적 행위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관한 외국의 사례는 어떤가요? 한국적 특수성 또한 있을 듯 한데요.



[A]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종교적 평화주의 전통에 근거하여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인류의 보편적인 행위양식이자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18세기 들어 국민개병의 원칙에 입각한 징병제도가 각 국가별로 정착되고,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종교적 동기로서만이 아닌 개인의 양심상의 이유에 근거한 보편적 인권으로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현재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 중 독일, 이스라엘, 대만을 비롯한 40여 개국에서 헌법 및 하위 법을 통하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보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 실시한다고 우리나라도 반드시 시행해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남북이 분단되어 여전히 군사적으로 대치중인 상황에서 말이죠. 하지만 한국과 유사한 안보환경에 있는 나라들도 일찍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군사적 임무가 아닌 비군사적 차원의 대체복무를 허용해 왔습니다. 현재 대체복무를 시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한창 전쟁 중인 1,2차 세계대전 중이나 직후에, 즉 전쟁위협이나 군사적 긴장이 매우 높았던 시기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였습니다. 독일 역시 동, 서독이 대치중인 상황에서도 꾸준히 대체복무제도를 확대해왔고, 이스라엘의 경우도 늘 주변국가와의 군사적 긴장이 상존하는 가운데 이를 인정하였습니다.

더군다나 우리와 안보상황은 물론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유사성이 많은 대만조차 1999년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도의 시행은 안보상황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지속적으로 확산되어 가는 추세이며, 이미 유엔에서도 87년 결의안을 통해 병역거부권이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이기에 보장받아야 함을 명시한 바 있습니다.





[Q] 공익근무요원이나 산업기능요원과 같은 병역특례제도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게 적용되는 대체복무제도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A]

현행 병역제도는 공익 목적이나 방위산업육성 등을 목적으로 비군사분야의 군복무 인력을 매우 광범위하게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 공익근무요원(55,000명), 산업기능요원(55,000명), 전문연구요원(15,000명), 공중보건의(1,000명)등 현역복무를 면제받은 사람이 13만 명에 달하며, 의무경찰, 상근예비역 등을 더하면 거의 20만 명에 가까운 숫자가 현역이 아닌 직역에서 대체복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매년 군 입영 대상자인 40만 명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이들은 4-6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거친 후 대체로 현역복무기간보다 다소 긴 기간을 복무하게 됩니다. 현역복무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것이죠.

하지만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은 그 것이 단 4주, 심지어는 단 한차례라고 하더라도 군사훈련은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기에, 이를 거부함으로써 3년 이하의 징역살이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듯 4주간의 군사훈련을 받느냐 안 받느냐의 차이에 의해 산업기능요원과 같은 병역특례를 받을 수도 있고, 3년 이하의 감옥살이를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현재 감옥에 수감되어있는 1700여명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은 모두 일체의 군사훈련을 거부함으로써 병역특례의 선택조차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병역거부자들의 권리보장을 위해 대체복무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군사훈련을 이수하지 않는’ 비전투분야의 사회봉사활동이 주어져야 함을 의미합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은 개인의 양심에 반하는 군사훈련만큼은 거부하지만,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고자 하는 의사가 분명할 뿐더러, 병역거부의 동기가 대부분 ‘평화주의’에 기초한 것이기에 사회봉사활동을 통해 국가와 사회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Q]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된다고 했을 때,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어떻게 선별하나요?



[A]

양심의 진의를 심사하고 판단하는 일은 매우 어렵고 난해한 일임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일찍이 다른 나라에서는 사회적으로 평화적 전통이 인정되어온 특정종교집단 (예를 들면 퀘이커나 메노나이트 등)이나 종교적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자들에게 한해 대체복무제도를 실시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종교적 신념뿐만이 아닌 개인적 양심에 의한 병역거부자까지 제한 없이 인정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왜냐하면 양심의 자유란 비단 종교의 자유만이 아니라 개인의 사상과 신념의 자유까지를 포괄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만약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만 대체복무제도를 허용한다면 종교인이 아닌 병역거부자들은 여전히 징역살이를 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따라서 병역거부의 동기가 되는 양심의 이유를 제한하는 것은 또다시 인권침해를 야기할 것이기에, 그 심의과정과 선별절차를 엄격하게 공정화 함으로써 해결해 가야할 것입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심사, 선별할 때에는 그 행위가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에 기초한 진지한 결정이었는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일찍이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했던 외국의 사례를 보면 권위 있고 독립적인 ‘심의위원회’를 설치하여 서면이유서, 이력서, 신원보증서, 구두면접심사 등의 엄격한 절차를 거친 후 대체복무 판정을 받게 됩니다. 현재 입법추진중인 우리나라의 ‘대체복무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대통령령’에 따라 ‘보건복지부’산하에 ‘대체복무위원회’를 두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신청, 심의, 처분에 관한 행정을 총괄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Q]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게 주어지는 대체복무제도가 병역비리나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지 않을까요?



[A]

물론 민간대체복무제도가 악용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요. 소위 고위층 자녀들의 불법적인 병역면제와 비리사건으로 인해 군복무 판정기준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이 팽배한 것이 사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듯이 대체복무 판정을 받을 목적으로 종교나 양심을 가정할 수도 있고, 사회적 지위를 이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대체복무제도의 근본취지는 법적, 제도적 보장이 없어 감옥에 가야만 하는 소수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국민적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만약 악용가능성만을 우려하여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매년 600여명 이상 발생하는 병역거부자들은 여전히 전과자가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한편 현실적으로만 살피더라도 수만 명에 달하는 광범위한 병역특례제도가 상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복무기간도 길뿐더러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사회봉사를 위해 종교나 양심을 가장하면서까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가 되려는 사람이 그리 많을 것이라고는 예상되지 않습니다.

지금가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은 고된 징역살이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평생을 전과자의 멍에를 지고 살아야 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양심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사람들입니다. 그 수가 무려 1만여 명을 넘는다는 사실은 그들이 대체복무제도의 존재여부를 떠나서 ‘양심에 따르는 삶’이 보다 근본적인 목적이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우리사회가 주목해야 할 것은 대체복무제도의 개선여부 이전에 1만여 명이 넘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행위를 여전히 범죄로 취급할 것인가, 아니면 사람으로서의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권리로서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일 것입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행위가 정당한 권리이자 그들의 양심상의 이유가 존중받아야할 사항이라면 국민기본권 보장의 차원에서 대체복무제도의 개선은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 것 입니다.

어떤 제도이든지 시행초기부터 완벽할 수는 없으며, 초기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정착해 갈 것입니다. 대체복무자 심의, 선별 절차를 엄격화, 이중화함으로써 병역비리 발생가능성을 최소화하며, 외국의 선진도입사례를 잘 연구하여 보완해 가야 할 것입니다.





[Q] 대체복무제도는 현역복무와 견준다면 군복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나요? 그렇지 않아도 현역복무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말이죠.



[A]

현역복무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대체복무제도의 기간은 현역복무기간의 1.5배 이내로 적용될 것이며, 복무분야 또한 복지시설에서의 사회봉사이기에 수월치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2년 2개월 이상을 현역으로 복무하는 사람들에 비한다면 편한 것 아닌가?’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가?’라고 반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설령 사회복지분야에서의 대체복무가 현역복무보다는 복무여건 면에서 수월하다고 하더라도, 대다수의 현역입영대상자가 느끼는 군복무의 형평성에 대한 불만의 근본적 원인은 불합리한 군복무제도에 기인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따라서 형평성의 문제는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함으로 해서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었던 문제이며, 이는 대체복무제 도입과정에서 반드시 함께 개선되어야 할 부분일 것입니다. 대만 등 외국의 사례만 보더라도 대체복무의 도입이 군대내 인권과 복지향상에 기여하였고, 나아가서는 비효율적이며 불합리한 병역제도를 개선하는데 영향을 미쳤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Q] 현재 대부분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복무제도는 특정종교집단에 대한 특혜가 아닐까요?



[A]

한국에서 과거, 현재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부분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임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불교신자로서 병역거부를 선언한 오태양씨와 같이 앞으로 한국사회에서는 비단 여호와의 증인 뿐만이 아니라 다른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따르는 병역거부자들 또한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입니다. 대만의 경우만 보더라도 스님으로서 병역거부를 하여 현재 대체복무를 하고 있는 사례가 있고, 서구에서는 기독교, 가톨릭, 퀘이커등 다양한 종교인들과 개인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현재의 병역거부자의 대다수가 특정종교인이기에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근시안적인 대응입니다. 대체복무제도는 비단 종교적 신념만이 아닌 보편적인 인권보장의 차원에서 시행되는 것이며, 그 권리는 모든 국민에게 열려있는 것입니다.





[Q]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된다고 하면 누구나 할 것 없이 그것을 선택할 것인데, 그렇다면 남북이 군사적인 대치상황에서 안보위협이 발생하지 않겠습니까?



[A]

많은 분들이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과연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되었을 경우 기초군사력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로 대다수 젊은이들이 대체복무를 신청할까요? 그것도 양심상의 이유에 따른 병역거부로 말이죠. 다소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여겨집니다. 우리의 군사력규모와 안보상황이 유사한 대만에서도 이 점을 우려했지만, 현역복무보다 1.5배나 긴 대체복무 신청자는 정원에 미달하였다고 합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는 매년 600여명 남짓한 정도로 극히 소수에 불과하며, 이미 전체 군복무자의 1/3에 해당하는 인력이 현역이 아닌 비군사분야에서 복무하고 있는 실정에서 군사력약화나 안보위협 우려는 다소 과장되어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민주주의와 국민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안보논리로 인해 도리어 국민의 기본권이 심각히 훼손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더군다나 21세기에는 군사력에만 의존하는 안보가 아닌 ‘사회적 안전망 확충’을 통한 인간안보개념이 확산되어 가고 있으며, 사회복지분야에서의 대체복무는 한국사회의 내적 안전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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