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연재상자/삼국지 소설

지노의 연재소설 '이상적인 거짓' 9~10

반응형

이상적인 거짓 9


그로부터 며칠 뒤, 유비는 지노를 불렀다.

"수고롭겠지만, 공명선생이 집에 있는지 알아봐주시오."
"예, 그럼 다녀옵니다."

지노는 융중으로 떠났다. 거센 눈보라가 세차게 불어댔다.

'매우춥군... 하긴 공명을 얻기 위해서 이까짓 고생이야... 왜 내가 하지...'

지노는 한참을 가다가 다시 생각을 했다.

'어차피 이번에도 두번째이니 자리에 없어야 한다. 그냥 가서 있다고 해야겠다.'

지노는 다시 유비에게 돌아갔다.

"이미 돌아와 계십니다."

유비는 기뻐하며 관우와 장비를 불렀다.

"떠날 채비를 하거라."
"네? 형님 그게 무슨소리요. 그깟 선비때문에 우리 세 형제가 가야 한단 말이오? 아무나 시켜서 데려오면 되는거 아니요?"
"씨끄럽다. 가자."
"예 형님."

유비가 손을 들고 때리려는 시늉을 하자 장비는 바로 따라나섰다. 밖으로 나서자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는걸 본 유비가 관우를 보며 말했다.

"......다음에 갈까?"
"형님!"
"아, 알았어 어서 가자."

유비는 가면서도 간간히 관우를 째려봤다. 어느정도 갔다고 생각이 들었을 즈음 주점에서 시구를 읊는 소리가 났다. 유비는 잠시 그 시구에 빠져있었다. 내용인즉슨, 강태공과 한고조때의 역이기를 읊은 내용이었다. 유비는 이들 중에 공명이 있을지 모르는다는 생각이 퍼득 들었다. 셋은 말에서 내려 주점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장비가 외쳤다.

"여기 빼갈 한동이 주쇼!"

어느새 유비의 손은 장비의 뒷통수께로 가 있었다. 그러나 이내 선비들의 시선을 느끼고 손을 내려 말로만 장비를 꾸짖었다.

"우린 술을 먹으려고 온게 아니다. 공명을 뫼시러 온거다."

그러고는 시를 읊은듯 하게 생긴사람에게 갔다.

"귀하가 혹시 와룡선생이시오?"
"와룡? 저는 아령이라 하오."
"아, 사람을 잘못 뵈었습니다. 이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뭐야? 죄송하면 다야? 내 주먹맞좀 볼래?"
"아 그거라면 내 아우에게 보여주시오."

유비의 신호를 받은 장비가 다가와 아령을 노려보았다.

"여긴 니가 맡거라."

유비는 장비에게 아령을 맡기고 다른 두 선비에게 다가갔다. 아직도 시구를 읊는거 보아 아까 그 선비들임에 틀림없었다.

"두 분중 어느분이 와룡선생이시오?"
"무슨일로 공명을 찾으시오? 저희는 공명의 벗이오만... 저는 석광원, 그리고 이 친구는 맹공위라하오."
"함자는 익히 들어 알고있습니다. 석공예선생, 맹꽁이선생 저를 도와 이나라 한실을 다시 일으키십시다!"
"저리가시오. 최주평이 말한사람이 이사람이구만... 우리는 최주봉도, 석공예도, 맹꽁이도 아니오!"

유비는 다시 실수를 알아채고 하릴없이 주점을 나왔다. 장비는 아령을 한참 들었다 놨다 하면서 그의 혼을 쏙 빼놓고 나오는 길이었다.

"거참, 저런 애송이를 상대하고 오다니, 내가 부끄럽소이다!"
"그만하면 됐다. 너무 괴롭히지 말거라. 자 다시 공명의 집으로 가자꾸나."

유비의 일행이 공명의 집에 도착하자 그때의 동자가 나왔다.

"귀를 스스로 움직이고 우유를 잘 마시는 유비님이 아니십니까? 선생께선 사랑에서 책을 읽고 계십니다."
"오, 공명선생이 대체 누굴 사랑해서 책을 읽고 계시냐?"
"......"
"......"
"들어오시지요."
"오냐."

과연 그 곳엔 한 젊은이가 책을 읽고 있었다.

"저 유비가 선생을 그토록 뵙길 청합니다."

책을 읽던이가 깜짝놀라 유비를 맞았다.

"앗, 장군께서 어쩐일이시옵니까. 제 형님을 만나러 오신겁니까?"
"형님? 그렇다면 공명선생이 아니오?"
"저는 동생 제갈균이라 합니다. 형님은 어제 최주평과 놀러가셨습니다."
"음...그놈의 최주봉..."
"뭐라하셨죠?"
"아니오. 최고봉으로 놀러간건가 했소."
"예, 형님이 돌아오면 장군께 가도록 하지요."
"아니오, 내가 다시 오겠소 편지지를 빌려주시면 글을 한통 쓰고 가겠소."

유비는 공명이 애용하는 오렌지 편지지를 받아 서신을 남기고 떠나려 할 때, 동자가 외쳤다.

"노(老)선생께서 오십니다."

그 말에 유비는 공명이 온 줄 알고 뛰어나갔다.

"어딜 다녀오십니까?"

그때 막 방에서 나온 제갈균이 뒤에서 말했다.

"그분은 형님이 아니고 형님의 빙장되시는 황승언 어른이십니다."
"......유비라 합니다. 혹 사위의 행방을 아십니까?"
"저도 모릅니다."

유비는 별수없이 관우와 장비를 데리고 돌아갔다. 가는길의 눈보라는 매우 거세어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겨우 도착한 그들은 가자마자 따뜻한 이불로 숨어들어갔다. 지노가 물었다.

"어찌 공명선생은 안보이십니까?"
"으드드드... 없었....소....으으으..."

지노는 추위에 떨고있는 유비에게 뭘 더 물어볼 수가 없었다.

"다음엔 날이 좀 풀린 뒤 가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또도도도... 가라....는 말이오? 으으으..."
"저라면 3번씩 30번이라도 갈것입니다. 공명선생께선 충절과 국영으로 보답할 것입니다."

지노는 그렇게 다시 유비를 부추기고는 처소로 돌아왔다. 설형이 지노에게 뭔가 할말이 있는지 지노에게 다가왔다.

"나으리..."
"말해라."
"저 이만, 어머니께 돌아가겠습니다. 어머니가 생각나서 도저히 못있겠습니다."
"그러도록 해라 막진 않겠다."
"그래도 될깝쇼?"
"그래 가라."

지노는 그간 별 도움이 안되던 설형을 보내고 서서에게 빌린 서적들을 읽어보았다. 다행이 한글 번역판이어서 읽는데 문제는 없었으나 고어체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얼마 후 유비는 길일을 잡아 제갈량을 찾으러 채비를 했다. 장비와 관우가 말렸지만, 유비는 두번 간게 아깝다는 생각에 안 갈 수가 없었다. 장비가 자꾸 불평을 하자 유비가 말했다.

"오지마."
"......"
"올거냐?"

장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대로 해."

장비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유비, 관우, 장비 세 형제는 다시 공명을 찾아 융중으로 떠났다.


이상적인 거짓 10

유비 삼형제가 다시 공명의 집을 찾았다. 어느때처럼 동자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저도 이제 귀를 움직일 수 있어요 이거보세요!"

동자가 유비에게 귀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자 유비가 한심한듯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하는것은 표정을 움직여 피부를 땡겨서 귀가 움직이는 것 뿐이다. 결국 남의 도움으로 얻은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귀를 움직임을 이뤘다는 것은 하나로 같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결국 귀이며 제갈량이라는 피부의 움직임이 필요한 것이니라. 선생은 안에 계시나?"

유비의 말에 눈을 반짝이며 듣던 동자가 말했다.

"지금 주무세요."
"오! 계시단 말이냐! 그럼 깨우지 말거라. 깨우지 말란 말이다!"

유비는 말은 그렇게하면서 괜히 목소리도 높이고 부스럭 거리면서 공명이 깨길 바랬다. 그러나 기척은 없었다.

"혼자 안에 들어가 기다리마."

유비가 발소리를 있는대로 내며 공명이 자는곳에 다가갔다. 그의 자는 모습을 보자 문득 떠오르는것이 있었다.

'귀엽군.'

그렇게 오랫동안을 부스럭 거리며 깨기를 기다렸으나 공명은 좀처럼 깨지 않았다. 그 때 장비가 밖에서 씩씩거리며 언성을 높이는 소리가 들렸다. 유비는 됐다 싶었다. 밖을 향해 외쳤다.

"게 장비 조용히 하거라!"

유비의 계책은 맞아떨어졌고 공명은 부스스 일어났다. 결국 유비는 공명을 만날 수 있었다.


둘의 대화는 유비가 설득하고 공명이 자신을 낮추며 짐짓 사양하는 양상을 띄었다. 그때 유비가 재채기가 나오려 하였으나, 좀처럼 나오질 않고 코만 간지러워졌다. 몇번을 그러다가 눈물이 나오고 말았다. 결국 재채기는 나오지 않았다. 공명이 그걸 보고 물었다.

"아니, 왜 우십니까?"

유비는 자신의 추한 모습을 들켰다고 생각하고 창피스러웠으나, 이내 그걸 이용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비는 엎드려 서럽게 우는 시늉을 했다.

"이나라 한실은 어찌될고... 저 불쌍한 백성들은...흑흑..."

공명은 당황스러웠다. 공명은 애초부터 유비를 따를 생각이었으나 기회를 엿보며 사양하고 있었는데 유비의 눈물을 보고 마음이 움직여서 따르는 척 말을 했다.

"장군께서 버리시지 않으시니 개나 말의 수고로움이라도 대신하여 보겠습니다. 이만 일어나십시오."
"앗 개의 수고로움은 아니되오."
"네?"

우려했던대로 장비가 칼을 뽑는 소리가 들렸다.

"물어와!"

그러나 관우가 빨랐는지 칼은 던져지지 않고 누군가 맞는소리만 밖에서 들려올 뿐이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자 같이 가십시다."

유비와 공명은 집에서 나왔다. 그때 장비는 관우에게 맞아 얼굴이 부어있었고 관우는 관우대로 손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칼을 빼앗다가 칼날을 잡은 듯 했다. 공명이 짐짓 대담한척 관우에게 인사를 했다.

"작은 상처 하나 나셨구려."

관우는 속으로 공명의 대담함에 놀라며 장비에게 예물을 가져오라 시켰다. 그러나 공명은 예물을 거절했다. 그때 장비가 눈을 부릅뜨며 공명을 노려봤다. 장비는 그 예물을 들고오느라 꽤 힘이 들은듯 했다. 그걸 가지고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니 공명이 원망스러웠다. 짐짓 엎드리며 말했다.

"이건 유비형님의 한조각 마음이니 받아주시오..."

장비는 엎드려 있었으나 이를 갈면서 노기를 비추며 공명에게 예물을 떠맡기듣 부탁하자 공명도 안받을 수 없었다. 제갈균에게 예물을 주고 신야성으로 출발했다.


신야성에서 서서와 공명이 만나자 둘은 매우 반가워했다. 공명이 지노를 가리키며 서서에게 물었다.

"저 범상치 않은 탱자색 관복을 입은 분은 누구신가?"
"자네와 같이 오렌지편지지를 좋아하는 지노라는 분이시네."

공명은 매우 반가워 지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정녕 오렌지편지지를 좋아한단 말이오!"
"나는 이제 오렌지색 펜이 아니면 서신을 작성하지 않소."

그렇게 지노와 공명은 반가워했고 유비는 그간 밀린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때 세작(첩자)가 들어와서 소리쳤다.

"주군! 큰일났습니다!"

유비가 그 갑작스런 말에 벌떡 일어났다.

"무슨일이냐!"


<11편에 계속>

2002/08/11 - [연필상자] - 지노의 연재소설 '이상적인 거짓' 1~2
2002/08/12 - [연필상자] - 지노의 연재소설 '이상적인 거짓' 3~4
2002/08/14 - [연필상자] - 지노의 연재소설 '이상적인 거짓' 5~6
2002/08/25 - [연필상자] - 지노의 연재소설 '이상적인 거짓' 7~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