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연재상자/삼국지 소설

지노의 연재소설 '이상적인 거짓' 11

반응형
이상적인 거짓 11


그 세작은 아직도 숨을 헐떡이며 힘들게 말을 이었다.

"남쪽지방에선 새로운 바람이 분다고들 난리입니다. 동오의 손권은 황조를 쳐 없애고 있는데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야의 유비도 제갈량이란자를 얻고서는 그 기세가 동오의 손권 못지 않다고 합니다. 제가 이미 동오의 허실을 알아보고 왔으니 안심하십시오!"

주위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상황파악이 어려웠다. 그 때 서서가 유비에게 가더니 귓속말을 하였다.

"아마도 조조가 강동으로 보낸 세작인듯 합니다. 이를 이용해서 조조와 동오의 허실을 알아보십시오."
"내 뜻이 실로 그와 같네."

유비는 아직도 혼란스러운 좌중을 보며 소리쳤다.

"모두 물러나시오 이는 기밀이니 이자와 직접 얘기해야겠소."

주위 몇몇 관료들이 수근거리며 물러나는데 오직 두사람만 환한얼굴로 껄껄대며 물러났다. 그 두 사람은 제갈량과 지노였다. 그 둘은 밖에서 서로를 보며 왜 웃었는지를 물었다.

"저자는 우리가 보낸 세작이 아닙니다."

지노가 제갈량에게 이렇게 말하자 제갈량도 손뼉을 치며 웃었다.

"그렇소. 우리 주군이 저자에게서 많은 정보를 캐내야 할거요."

이윽고 서서가 나왔다.

"아니 왜 웃으며 나간것이오."
"이보게 원직. 자네가 더 잘 알고있지 않나. 자네가 주군에게 한 말은 듣지 않아도 뻔하네."
"역시 공명 자네는 모르는것이 없구만..."

그 즈음 유비가 호통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자를 묶어라!"
주위 무사들이 가서 그를 묶는듯한 움직임이 보였고 서서는 아직도 어리둥
절해 있는 관료들을 보며 말했다.

"이제 들어갑시다."

다시 회의실엔 모두가 모였다. 세작은 유비에게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게 무슨일입니까! 승상께 강동의 허실을 모두 말하지 않았습니까! 어찌 이리 박하게 대접하시는겁니까!"
"닥쳐라! 난 조조가 아니다! 지금 조조군의 허실을 말하지 않으면 장비를 불러 널 문초하게 하겠다."

장비가 그 소리를 듣고 고리눈을 부릅뜨고 그 세작을 바라보았다. 세작은 금방이라도 장비의 손에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고는 아는대로 털어놓고 말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기밀은 말을 하지 않고 뻔한 얘기만 하고 있었다. 유비가 노하여 장비에게 명령했다.

"저 자가 기밀을 말할때까지 네가 다스리도록 하여라."

장비는 신이나서 걸어왔다. 그러고는 부들부들 떨고있는 세작을 노려보며 허리에 찬 칼을 뽑았다.

"뭐...뭐하는겁니까!"

세작이 겁에 잔뜩 질려 얼굴이 파래지고 장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칼을 휘둘렀다.

"으아악!"

세작이 소리를 지르며 눈을 감았다.

'쨍강'

세작이 눈을 뜨자 장비는 유비에게 맞고있었다. 그리고 회의실 한편에는 아까 그 칼이 떨어져있다. 장비는 맞으면서도 대사를 잊지 않고 있었다.

"무..물어와! 악! 아파요!"

그렇다. 장비는 칼을 내던지며 세작에게 물어오기를 시킨 것이었다. 그 때, 유비가 세작을 손수 풀어주며 말했다.

"내 잠시 공에게 실례를 범했소. 내 처소를 줄테니 편히 묵으시오."

세작은 꼭 죽는줄만 알았던 그 자리에서 그렇게 풀려나니 아니 기쁠 수 없었다. 유비의 어짊이 그와 같았다. 그가 나가고 제갈량이 유비에게 물었다.

"어째서 더 캐묻지 않으십니까?"
"내가 그에게 인의로 대접하면 그도 내 사람이 될 것이오. 그때 물어봐도 늦지 않겠습니까?"

제갈량은 유비의 어짊에 감탄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가 우리사람이 될 때는 이미 늦은 정보가 될 것을 알기에 그리 좋아할 순 없었다.

"동오에는 어떤 일이 있다고 했습니까?"
"감녕이 황조를 잡아 승리로 이끌었다고 하오. 그리고 현재는 시상에 군사를 머물고 있다는데 손권이 원수갚음을 했는데도 멀리 시상까지 대군을 이끌고 있는건 무슨 까닭입니까?"
"이는 손권이 형주를 취할 마음이 있어서입니다. 우리는 조조와 손권이 다투는 동안 형주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그 때, 유표에서 사람을 보내 유비를 부르는 전갈이 왔다. 이미 유표의 장수 채모에게 죽을뻔한 고비를 넘긴 유비로서는 망설여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마음을 읽은 제갈량이 말했다.

"이는 주공과 계책을 의논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모시고 갈테니 걱정마시고 떠나도록 하시지요."

이에 유비는 관우에게 성을 맡기고 형주로 갔다.


<12편에 계속>

2002/08/11 - [연필상자] - 지노의 연재소설 '이상적인 거짓' 1~2
2002/08/12 - [연필상자] - 지노의 연재소설 '이상적인 거짓' 3~4
2002/08/14 - [연필상자] - 지노의 연재소설 '이상적인 거짓' 5~6
2002/08/25 - [연필상자] - 지노의 연재소설 '이상적인 거짓' 7~8
2002/08/26 - [연필상자] - 지노의 연재소설 '이상적인 거짓' 9~1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