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문제내고 스스로 풀어요
우리학교 논술수업 짱 / 송탄여고 이도희 교사
“처음엔 어려워하는데, 금방 익숙해져요. 출제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게 되고, 제시문을 꼼꼼하게 읽는 습관도 길러지죠.”
경기도 평택시 송탄여고 이도희(44) 국어 교사는 독특한 방식으로 논술을 가르친다. 기출 문제 등을 그냥 풀어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학생 스스로 문제를 출제해서 풀어 보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2년 전부터 ‘스스로 논술 학습법’이라고 이름붙인 이 방법으로 논술을 가르쳐 오고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학생들에게 신문 기사나 책의 일부를 발췌해 만든 제시문 7~8개를 준다. 학생들은 각 제시문을 300자 안팎으로 요약한다. 그런 뒤 지망하는 대학의 기출 문제 형식을 참고해 학생 스스로 논술 문제를 낸다. 몇 개의 제시문을 사용하든, 어떤 식으로 조합하든 상관 없다. 그 문제를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직접 발표하고, 질문과 토론 등을 통해 다듬는다. 최종 확정된 문제는 출제한 학생 스스로 풀어본다.
푸는 것도 벅찬데, 학생들이 논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이 교사는 “처음엔 어려워하지만 서너 차례 지나면 제법 모양새도 갖춰지고, 나중엔 놀랄만한 발상을 보여주는 문제들도 나온다”며 “문제집을 가져와 자기라면 다른 식으로 출제하겠다고 말한 학생도 있었다”고 말했다. 제시문이 주어지고, 지망 대학의 기출 문제까지 미리 보여주기 때문에 특별히 어렵진 않다는 게 이 교사의 설명이다.
주어진 제시문 조합 논제 만들면
막연했던 출제의도 파악 효과 커, 창의적인 답 찾기 금세 익숙해져
‘스스로 학습법’이라곤 해도 교사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출제 과정에서 학생이 낸 논제를 다잡아 주고, 토론도 잘 이끌어야 한다. 첨삭 과정도 빠질 수 없다. 지난해 송탄여고 학생들은 2주에 걸쳐 하나의 문제를 출제하고 답안을 작성해 첨삭까지 받았다. 논제를 내고 답안을 작성하는데 1차례(2시간), 대면 첨삭을 하는데 1차례(2시간) 등 모두 2차례의 과정을 거쳤다. 결과도 꽤 좋았다. 수시 논술을 치른 학생의 절반 정도가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스스로 논술 학습법’의 효과는 ‘창의성’과 ‘출제의도 파악’으로 요약된다. 이 교사는 “제시문 8개가 특별한 연관을 갖고 주어지진 않는다”며 “그러다보니 제시문을 깊이 읽지 않을 수 없고, 또 몇 개를 선택하든 상관없으니 다양하고 창의적인 조합이 가능해 진다”고 말했다. ‘깊이 읽기’와 ‘다양한 조합’이 결합해 창의적인 답안을 만들어 낸다는 얘기다. 또 1년 서른 번 남짓의 출제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논제 속에 감춰진 ‘함정’과 ‘목표’ 등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도 이 학습법이 갖는 장점이다. 이 교사는 “독서를 통해 ‘기초 체력’을 충분히 다져 놓을수록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올해 서강대 수시 모집에 합격한 이 학교 3학년 박지혜(18)양은 “실제 시험에서 문제지를 받았을 때 별로 당황스럽지 않았다”며 “예전엔 문제를 보면 막연한 느낌부터 들었는데, 내가 직접 문제를 만들어보니 출제자가 뭘 원하는지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고, 사소한 부분도 그냥 넘어가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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