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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장편소설 '어떤 존재들'은 시리즈이므로
반드시 전 작품들을 먼저 봐주시길 바랍니다.
어떤 존재들 1 '제갈량' - 오렌지노 새 장편 소설
어떤 존재들 2 - 오렌지노 장편 소설
어떤 존재들 3 - 오렌지노 장편소설
어떤 존재들 4 - 삶에 대한 오렌지노 장편소설
어떤 존재들 5
코타라는 이름으로 10여년을 살았다. 로마라는 곳은 이미 익숙하여 장소에 대한 적응은 빠를 수밖에 없었고, 그저 전쟁을 싫어하는 소년으로 자라나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로마를 좋아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4~5번 전의 삶에서 수염이 덥수룩한 이방인을 만나서 나눈 대화는 나에게 새로운 목표를 만들게 했다.
"나는 가족도 없고 한 곳에 오래 정착하는 것을 싫어하여 벌써 6개국을 돌았소."
"그러면 가장 마지막에 방문한 곳은 어디십니까?"
"로마에서 온지 며칠 안 되었소. 로마를 떠나기 전 어떤 미친놈을 만났지."
"어떤사람이길래..."
"말도 마시오. 글쎄, 자신은 죽어도 새로운 몸으로 태어난다고 하질 않겠소?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만들 때도 자신이 노예를 채찍으로 부리며 공사에 참여했다고 하질 않나..."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을 수도 있다고는 생각했으나, 직접 확인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물어본 것이, 그렇게 여러 나라를 체험했다면 다른나라 언어들을 써보라는 것이었소."
"잘 하던가요?"
"뭐, 그냥 아무말이나 지껄인거겠지. 당췌 말이나 되냔 말이지. 쯧쯧."
"로마 어디에서 그 사람을 만났습니까?"
"국경의 끝, 작은 마을이오. 왜, 관심이 있소이까?"
"아닙니다. 관심은요."
그날부터 나는 어딘가 또 있다는 나와 비슷한 존재를 어떻게든 찾고 싶었다. 그자를 만나면 할 말이 너무 많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 나 또한 4, 5번의 삶을 바꿨으니 그도 로마에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고 싶진 않았기에, 조금이라도 특이하다는 사람이 있으면 가서 대화를 시도해보곤 했다. 하지만 번번히 실패였고, 이상한 사람을 만나러 다닐수록 어머니의 상심도 커지는 것을 알기에 쉽지 않았다.
"코타, 무슨 생각을 그리 해?"
광장에서 사색에 빠져있다 보면 예쁘장하게 생긴 크로넬리아가 다가와 말을 걸곤 했다. 크로넬리아는 또래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유독 나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기 때문에, 몇몇 남자아이들은 나를 싫어하기도 하였다. 크로넬리아는 내가 들려주는 세상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했다. 물론 나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도 오랜 경험에 의해 알 수 있지만 그동안 사랑을 해온 기간만 모아도 나라가 한 번 생기고 없어질 수 있을 정도가 되다보니 내게 사랑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을리 만무하다.
"옛 추억을 더듬어보고 있었어."
"넌 또 이상한 소리를 하는구나. 우리같은 아이들에게 옛 추억이라니... 그래서 무슨 생각을 했는데?"
"수염이 덥수룩한 이방인 아저씨."
"재미있겠다. 들려줄 수 있니?"
"한 곳에 오래 머무리지 못 하는 성격이라 돌아다닌 나라만 6개나 된대."
"대단하다! 더 이야기 해줘."
그나마 크로넬리아와 대화를 하면서 지루하지 않은 건, 나도 옛 추억을 회상하는 데에는 대화를 통한 것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었다.
"코타. 어쩜 그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알고있어? 넌 마치 오랜 삶은 산 사람같아."
"그래 맞아. 난 많은 삶을 살았지."
"치이... 시시해."
날 이해할 리 없는 크로넬리아를 바라보며 건조한 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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