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연재상자/단편선

달은 어디에도 있었다. 달은 어디에도 있었다.세상에는 두 가지 인간이 존재한다.약속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인간, 그리고 이런 개념을 깡그리 무시하는, 지금 날 화나게 하는 이 친구놈.오랜만의 소개팅 자리라며 백화점에서 자기 옷을 고르는 걸 도와달라던 친구녀석은 늦게 일어났다는 말 같지도 않은 핑계로 나를 이 백화점에서 40분이나 기다려달라고 한다. 무례한 인간도 친구로 부르는 것이 맞는지 잠시 고민해본다. 이내 차분이 생각해보며, 지금 화를 내어봤자 내 정신건강에 이득이 될 것은 없고, 친구가 나타났을 때 다시 감정을 끌어올려 화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냉철하게 해본다. 그리고 되찾은 이성으로 남은 시간동안 무엇을 해야할지를 고민해본다.도착층을 누르지 못한 엘레베이터는 꼭대기층에 이르렀고, 나처럼 여유가 있어보이는 한 아저.. 더보기
[단편] 돈으로 살 수 없는 '으아아아아앙' 아이의 울음소리에 꿀잠이 달아났다. 저 소리만 아니면 조금만 더 잘 수 있었을텐데, 이 상황에서 잠을 계속 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만, 아이 울음소리? 대체 어떤 아이? 내가 왜 아이의 울음소리에 잠을 깨고 있는 것이지? 찡그린 눈을 살짝 뜬다. 처음 보는 아늑한 방이다. 방 안에는 나 뿐이고, 조금 열린 방문 틈새로 아이의 울음소리와, 아이의 엄마로 추정되는 여인의 달래는 소리가 들려온다. 대체 이 곳은 어디란 말인가? 마지막 기억을 더듬어본다. 분명 집 근처인데 처음 보는 허름한 골목에서 복권을 샀었다. 놀랍게도 1등에 당첨이 되었고, 복권 주인 할아버지에게 들키지 않으려 표정관리를 하였지만 역부족이었다. 당황하는 내 모습을 본 할아버지는 내게 말했다. "교복 입은 학생, 복권에 .. 더보기
단편 연애소설 - 고백 평가사 (하) 아래 글을 먼저 봐주시기 바랍니다.2012/04/03 - [자작연재상자/단편선] - 단편 연애소설 - 고백 평가사 (상) "고백할 타이밍이요?" "지금 우형씨가 주희씨에게 전화를 걸어 고백을 한다면, 성공률을 얼마나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우형은 이 이상한 여자가 자신의 이름과 주희의 이름을 알고있다는 소름끼치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 할 정도로 이 이야기에 빠져있었다. "아마... 매우 낮은 확률이겠죠?" "기본적인 감은 있으시네요. 지금 바로 이 순간, 당신의 고백 성공률은 1/5도 되지 않습니다. 제 눈에는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겠지요. 다짜고짜 전화해서 뭘 어쩌겠습니까..." "아니요. 그녀의 상태에 따라서 성공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방금 1/4로 상승했는데요, 아마도 우형씨 생각을 하고.. 더보기
단편 연애소설 - 고백 평가사 (상) 고백 평가사 (상) 어느새 텅텅 비다시피한 버스 안. 술취한 우형이 스르르 눈을 뜬다. 버스기사가 잘 보이지 않는 좌석버스 뒷자리에 앉은 그는 창밖을 바라본다. 슬금슬금 내리는 빗방울로 뿌옇게 되어버린 창문은 우형을 더욱 초조하게 만든다. 옷 소매로 창문을 닦아 밖을 보니 생소한 곳이다. 혹시 내릴 곳을 지나지 않았는지 걱정이 되어 두리번거리는데 버스 안은 우형까지 5명의 승객이 있을 뿐이고, 그마저도 다 앞에 앉아 주위엔 혼자 뿐이다. 아니, 시선이 느껴져 다시 보니 옆자리에 이상한 차림의 여자가 앉아있었다. 우형을 뚫어져라 보고있던 그 여인이 우형에게 말을 걸었다. "빨리 고백을 하고싶죠?" "네?" "그녀에게 고백을 하고 싶으시잖아요." "네? 뭐라고요?" 안그래도 우형은 오늘도 술자리에서 친구들에.. 더보기
귀신을 본다. 귀신을 본다. 나는 귀신을 본다. 아, 듣기도 한다. 그런데 만져지진 않는다. 이 빌어먹을 능력을 얻게 된 것은 5년 전, 초등학교에 입학한 그 날부터이다. 집안이 넉넉하지 않았던 나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유치원이나 학원같은 걸 다녀본 적이 없었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덕에 라디오가 가장 친한 친구였다. 집 안에 있으면 늘 이면지에 그림을 그리곤 했다. 그런 내가 가장 처음 사귄 학교 친구는 하얀 얼굴에 알이 두꺼운 안경을 낀 숙희라는 여자애였다. 어쩐지 웃음기가 없던 숙희는 사람을 빤히 보는 습관이 있었다. 처음엔 조금 거북했지만 예쁜 얼굴을 하고 나를 봐주는 건 고마운 일이었다. 숙희는 내 그림을 좋아해주었다. 그래서 자신을 그려달라 떼를 썼다. 자신은 없었지만 혼신을 다해 그렸고, 형편없는 .. 더보기
사랑받아야 사는 여자 - 오렌지노 단편소설 단편소설 '사랑받아야 하는 여자'는 총 3편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1, 2편을 아직 못 보신 분들은 먼저 감상 부탁드립니다. 세련된 란제리 차림의 수애가 거울을 바라본다. 혼자 살기엔 약간 넓은 듯한 그녀의 집. 알아주는 기업의 잘 나가는 마케터인 그녀는 적지 않은 수입의 절반 이상을 옷과 화장품에 투자하기 일쑤다. 전신거울 앞에 엄청난 양의 화장품이 진열되어있다. 분명 일주일에 한 번도 쓰지 않은 화장품도 있을것이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충분히 감상한 수애가 거울 옆의 수정구슬을 바라본다. 신비한 보라빛을 띄는 수정구슬이 그녀의 미모만큼이나 빛나고 있다. 수애는 뭔가 아쉬운듯한 표정으로 구슬을 쓰다듬는다. 사실 그 수정구슬은 그녀의 생명력 그 자체이다. 이 수정구슬은 그녀가 받는.. 더보기
[단편소설] 사랑받아야 사는 여자 - 2 "전편을 먼저 읽어주세요." [단편소설] 사랑받아야 사는 여자 - 1 '잘 도착했어요? 전 들어왔습니다.' 짧은 메시지였다. 이 남자, 상당히 건조하다. 수애는 늘 하던대로 30분을 기다려 짧게 답장한다. '네 그럼요 ^^' 문자를 보낸 뒤, 초조하게 수정구슬을 응시한다. 빛이 환해질 때가 되었는데, 여전히 차이가 없다. 다시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다행입니다. 좋은 꿈 꾸세요.' 이럴수가. 이런 남자는 처음이다. 소개팅 도중 이 남자를 사로잡기 위해 온 힘을 다 하진 않았지만 분명 실수한 것은 없었다. 이 쯤이면 긴 문자메시지로 수애를 귀찮게 하고, 수정구슬도 눈에 띄게 빛나야 했다. 손톱을 물어뜯던 수애가 15분만 기다린 뒤 답장을 보냈다. '네 기오씨도요.' 오늘밤은 잠이 쉽게 들 것 같지 않다... 더보기
[단편소설] 사랑받아야 사는 여자 - 1 사랑받아야 사는 여자 세련된 란제리 차림의 수애가 거울을 바라본다. 혼자 살기엔 약간 넓은 듯한 그녀의 집. 알아주는 기업의 잘 나가는 마케터인 그녀는 적지 않은 수입의 절반 이상을 옷과 화장품에 투자하기 일쑤다. 전신거울 앞에 엄청난 양의 화장품이 진열되어있다. 분명 일주일에 한 번도 쓰지 않은 화장품도 있을것이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충분히 감상한 수애가 거울 옆의 수정구슬을 바라본다. 신비한 보라빛을 띄는 수정구슬이 그녀의 미모만큼이나 빛나고 있다. 수애는 뭔가 아쉬운듯한 표정으로 구슬을 쓰다듬는다. 사실 그 수정구슬은 그녀의 생명력 그 자체이다. 이 수정구슬은 그녀가 받는 사랑이 늘어날수록 강한 빛을 내뿜는다. 하지만 미움을 받는다면 그 빛의 힘이 약해진다. 어떤 저주를 받았는지 수애는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