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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연재상자/단편선

단편 연애소설 - 고백 평가사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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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을 먼저 봐주시기 바랍니다.


2012/04/03 - [자작연재상자/단편선] - 단편 연애소설 - 고백 평가사 (상)








 "고백할 타이밍이요?"


 "지금 우형씨가 주희씨에게 전화를 걸어 고백을 한다면, 성공률을 얼마나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우형은 이 이상한 여자가 자신의 이름과 주희의 이름을 알고있다는 소름끼치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 할 정도로 이 이야기에 빠져있었다.


 "아마... 매우 낮은 확률이겠죠?"


 "기본적인 감은 있으시네요. 지금 바로 이 순간, 당신의 고백 성공률은 1/5도 되지 않습니다. 제 눈에는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겠지요. 다짜고짜 전화해서 뭘 어쩌겠습니까..."


 "아니요. 그녀의 상태에 따라서 성공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방금 1/4로 상승했는데요, 아마도 우형씨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잠깐 짧은 전화라도 해서 호감도를 높여보시죠. 지금 바로 하면 분명 반가워 할 것입니다."


 "저는 용건이 없으면 전화를 잘 안 하는 성격이에요. 얼마나 뜬금없겠습니까, 문자라면 모를까..."


 "지금이라면, 문자보다 전화가 더 효과가 좋습니다. 추후 고백 성공률을 상향평준화시킬 수 있습니다."


 "...... 그래도 문자나 해볼게요."


 "앗, 잠시만요. 지금은 안 됩니다. 지금 문자를 보내면 고백성공률은 1/10 이하로 떨어집니다. 막 잠든 것 같네요."


 우형은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터무니 없는 말 같으면서도, 그럴싸한 이야기를 하고 있던 것이다. 분명 누구든 연기로 이정도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녀의 이상한 기운은 알 수 없는 신뢰감을 주고 있었다. 


 "저... 고백평가사라고요? 그러면 직업이시라는 것인데, 돈도 받고 이런 것을 도와주시는 건가요?"


 "네, 이 즈음이면 설명을 자세히 드려야겠네요. 없어져도 눈치채지 못 하는 금액의 최고금액을 수수료로 받습니다. 그 금액은 의뢰인마다 다르지요."


 "네? 왜 없어져도 눈치채지 못 하는 금액인가요?


 "이로 인해 고백이 성공하면, 저를 만났던 기억은 사라지게 되실 것입니다. 저희와 같은 존재를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것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그래서 없어져도 눈치채지 못 하는 금액을 받습니다. 우형씨는 생각보다 경제관념이 철저하지 않아 64만원이네요. 아시겠지만, 기록이 남지 않게 현금으로 주셔야합니다."


 우형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이러한 판타지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인지, 그래도 한 번 믿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우선 일주일정도 고백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조언을 타이밍에 맞게 해드릴 것입니다. 연락은 우형씨가 좋아하는 문자메시지로 대체하겠습니다."



 우형은 일주일간 고백평가사가 시키는 대로 주희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연락을 취했고, 만나서도 적절한 주제로 분위기를 이끌어나갔다. 방심하는 순간을 노려 눈치채기 어려운 스킨십을 시도하였고, 주희가 아무거나 먹자는 말에 정확히 그녀가 좋아하는 식사를 대접했다. 우형이 고백평가사를 만나기 전 고백성공률이 1/3도 되지 않았는데, 일주일만에 성공률이 2/3까지 올랐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결전의 데이트이다. 





 우형은 주희와 식사를 마친 뒤 커피전문점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 고백평가사에게 미리 받은 신호를 기다리며 적절한 대화를 진행시키고 있다. 진동이 20초 간격으로 두 번 울리면 그 때가 가장 고백 성공률이 높은 타이밍이라고 했다. 언제 고백하게 될지 모르는 우형은 난생 처음 말도 더듬고 있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 신호이다. 우형은 커진 동공으로 주희를 응시한다. 뭔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 분위기를 느낀 주희가 조심스레 우형을 바라본다. 우형이 어렵게 입술을 뗀다.


 "멋있는 멘트는 내 감정을 꾸밀 뿐이니 단순하게 말할게. 널 좋아해. 내 여자친구가 되어줄래?"


 주희는 이마에 주름이 생기는 것도 모르고 눈썹을 있는 힘껏 올리고 있었다. 지금껏 우형이 본 주희의 눈 중 가장 컸다. 3분여의 정적 후에 주희가 고개를 끄덕였고, 우형은 주희의 손을 잡았다. 


 우형은 그저 아무 도움 없이 자신의 노력으로 고백을 성공시켰다. 분명 그렇게 믿는다.





 검은 방, 두 명의 괴이한 여인이 벽에 기대 앉아있다.

 

 "프시케 언니, 왜 그랬어요?"


 "뭐가?"


 "언니는 늘 고백성공률이 90%가 넘을 때만 고백신호를 주셨잖아요. 방금은 70% 수준이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네가 아직도 초보 고백평가사인 것이야. 우형씨의 문제는 자신감 부족이었어. 2/3 이상의 고백성공률이면 자신감으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거든. 내 신호면 분명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기에 전에 없던 자신감이 나왔고, 그 모습에 주희도 마음이 움직이게 된 것이지."


 "오, 대단해요. 그래도 혹시 실패할 수도 있었던 거 아니에요?"


 프시케는 그저 웃기만 한다.




 <글 : 오렌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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