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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노상자

수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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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고삼들의 수능이 치뤄진다.



내가 정의한 수능은

12년동안 노력한것을 하루에 보여주는 시험이다.

그러나 이 하루는 12년 이상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재수가 있지 않나 싶다.



나의 수능은 2001년 11월 7일이었다.

수능전날 난 공부를 하지 않았다.

안해도 될것 같았다.

그냥 편히 보내고 싶었다.

티비를 보고 저녁을 먹고 9시에 잤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엠씨스퀘어를 쓰고 억지로 자니까 잠이 왔다.



일어나보니 새벽 4시다. 더이상 잘 자신이 없다.

티비를 보니 전부 수능얘기다.



애들한테 시험이 끝나고 모여서 놀자고 했기에 끝나고 마중나온다는 엄마를 말렸다.



점심은 샌드위치를 싸갔다. 많이먹으면 졸거같아서...

학교는 비교적 가까운 곳이었고 택시를 탄걸로 기억한다.

후배 두명이 나에게 귤과 쵸코파이를 주고간것 같다.

도착해보니 몇명 없었다.

총력테스트에서 준 수험장 노트를 보면서 머릿속 내용을 정리하고 있었다.

책상들은 낙서를 지우기 위함이었는지 페인트칠이 전부 새로 되어있었다.

그러나 벽엔 낙서들이 여전히 있었다. 난 벽 옆이었기에 약간 장애가 되겠지만,

옆에 사람이 있는거보단 덜 신경쓰일 것 같았다.

난 옆사람이 머리만 만져도 신경쓰인다.



나의 집중력을 설명하자면..

글쎄 난 집중력이 좋은편인거 같다.

내가 집중해서 뭘 하고있으면 누가 말걸어도 기계적으로만 대답한다.

좀 미안한 얘기지만 누군과 말을 할때,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난 중간중간 '어' 또는 '네'라는 반사적인 대답만을 할뿐 뭐라고 상대가 했는지는 기억해내지 못한다.

그러나, 한순간에 다른 생각을 하게되면 또 그 생각에 집중을 하게된다.

이를테면 강의를 열심히 듣다가 교수가 뭔가 나에게 배경지식이 충분한 이야기를 꺼내면 그 얘기에 관련한 나의 생각에 빠져들어 결국 그날 강의를 망치게 된다.



가방을 전부 맨 앞에 놓았기에 물같은걸 꺼내기가 불편했다.

언어영역시간..

문제가 참 황당했지..

처음보는 유형...

듣기가 끝나고서도 문제들이 왠지 시간이 더 걸리는 듯 했다.

어려웠다. 어려웠다.

그래도 겨우 시간을 잘 맞췄다.

5분정도 남았던걸로 기억한다.

1교시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한숨소리가 들렸다.



수리영역 시험지를 받았다.

우선 주관식부터 풀었다.

좀 어려운 편인거 같긴 했는데, 언어처럼 어렵진 않았다.

길이구하는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그냥 풀까, 자대고 비례식으로 풀까 고민하다가 귀찮아서 자대고 풀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틀렸다. 다시보니 풀 수 있는 문제였다.

입체도형에서 비례식으로 풀려 했다니...



점심시간이다.

내 친구들이 많은 반에 가서 같이 먹었다.

다들 어려워서 죽겠다고 한다.

내가 말했다.

"수학은 별로 안어렵지 않았냐?"

순간 난 60여개의 눈동자가 나에게 꽂힘을 느끼고 수만갈래의 땀을 흘리며 화제를 전환했다.

샌드위치 두개를 싸갔는데 하나만 먹었다.

졸까봐



사탐, 과탐시간이다.

왠지 나만 특히 망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

.



깨보니 교실이다.

난 수능을 보고있다.

그렇다 난 졸아버렸다-_-

.....



다른사람들은 떨리고 긴장되서 절대 못존다고 하던데,

점심먹을때 들어보니 다들 긴장된다고 하던데

난 왜 털끝만큼도 긴장이 되지 않는건데!!

정말 아침부터 전혀 긴장이 안되서 이상했다.

그러니까 졸기나 하지..

여전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마도 쉬는시간마다 복도에서 맡은 담배연기때문이 아닌가 한다.

글쎄... 흡연자들에겐 집중에 도움이 될지 모르나 비흡연자들에겐.. 좀.. 많이 장애가 된다.

특히 나처럼 담배연기를 정말정말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산소공급하러 복도 나갔을때 담배냄새가 뒤덮고 있으면...

얼마나 괴로운지 아는가...



괴로운 3교시가 끝나고 외국어시간이 되었다.

난 항상 외국어영역을 제일 못했다.

듣기만 남들만큼 했다.

난 시험지를 보고 당황했다.

문법문제가 두문제일 뿐더러 배점도 높았다.

한문제에 1점밖에 안주는 문법정도야 틀려도 된다고 생각했던 나로썬 경악이 아닐 수 없었다.

시간이 모자랐던거 같다.

그러나 난 초연했다.

이미 3교시에 망했을거 같고 1,2교시도 한숨이었으니..

글쎄 내가 무슨생각이었을까

빈칸채우기 다섯문제를 답안지만 보며 마킹을 하고 있는 날 발견했다.

문제지는 보지도 않고...

왜 그냥 찍었을까...

긴장했으면 안그랬을텐데...



외국어시간이 끝나고 비교적 긴 쉬는시간 끝에

제2외국어시간이 되었다.

난 일어를 택했다.

학교에선 독어를 배웠지만 난 독어가 싫다.

그래서 일어를 택했다.

결과적으론 절반이상은 맞았다.



모든 시간이 끝나고 뭔가 확인한다고 안보내고 있었다.

난 남은 샌드위치를 먹었다.

벽을 보니 많은 낙서들이 보였다.

그중에 눈에 띄는게...

'천의얼굴 윤계상'

이었다.

난 심심해서 죽을것 같았다.

장난을 좀 쳤다.

저 말 앞에 '임백'이라는 글자를 집어넣었다.

...

갑자기 앞, 뒤, 옆에서 '풋'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킥킥댄다.

내가 생각해도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능을 마치고 학교를 나왔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으나 다들 엄마가 와서 데려갔다!!!

뭐냐... 나만 엄마한테 오지 말라고 하고...

니들은 왜 엄마랑 가냐!! 끝나고 놀기로 해놓고선!!



수능이 끝났는데 집에 혼자갔다.

서러웠다.

나쁜놈들....

몇명에게 더 전화를 해보았지만 약속잡기는 실패였다.

결국 집으로 그냥 들어갔다.



대충 가채점을 해봤다

절망.......절망...............절망......................

2001년도 시험을 풀어본것과 78점이 차이났다.

웁스웁스웁스....

뉴스에선 점수가 많이 떨어졌다고 보도되고 있다.

약 40점정도 떨어졌다고 하고있다.

난 뭐지.........



결국 하루하루 지날수록

뉴스에서 보도되는 떨어진 점수는 커졌다.

결국 70점으로 굳혀졌다.



수능 다음 학교에 가니,

다들 장난 아니었다.

진짜 좌절이었다...

성공한사람이 없다!



한달 후 성적표를 받았다.

가채점때보다 8점이 올라있었다.

언어영역에서 올랐다.

언어와 수리의 백분위점수는 좋았다.

사탐은...

최저백분위가 나왔다.

내가 졸았던 부분이다.

과탐역시

배우지 않은 일본어보다 백분위가 안좋았다.

외국어는 과탐과 백분위가 똑같다.

어찌 수리영역점수와 외국어영역 점수가 3점차이밖에 안날까...

결국 난 표준변환을 해도 294점밖에 나오지 않았다.

부산사는 친구가 2001년도 점수로 환산해주는 표가 있다고 해서 내껄 봐달라고 했더니 337.5란다...



결국 난 정시 가군은 조금 높여쓰고

나, 다군은 낮춰썼다.



가군은 3명만 더 빠지면 합격되는 상황에서 추가모집을 마쳤다.

2002년 2월 21일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3월에도 계속 추가모집으로 뽑았는데

진짜... 심한욕을 해주고 싶은 교육부인지 어느 기관에서 추가모집을 2월 21일까지로 제한 해 놓는 바람에 난 그 학교에 가지 못했다.

그 학교는 가톨릭대이다.

진짜 자고싶었는데...

결국 나군 다군만 합격을 했고

나군이었던 강남대를 포기하고

다군 서경대로 왔다.

야간이지만 그래도 서울 4년제 온거에 만족해야 했다.

왜냐면 우리반 사정이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에...

서울 4년제 간 학생이 손에 꼽혔다.

어이없게도 내가 이점수로 반에서 7등을 했다.

미안해서 망했다는 말을 못했었다.

평소 모의고사가 그렇게 잘나오진 않았지만,

수능 컨디션이 좋진 않았기에... 망했다고 하고싶었지만....



학교가 좀 멀지만 그래도 지금은 잘 적응하며 다니고 있다.



몇시간 후면 고3들이 수능을 본다.

부디 자신의 평소실력이 그대로 반영되길 바란다.

대박이 나오면 좋지만...

실수하면... 너무 억울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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