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커뮤니티에서 활동중인 나. 정확히는 회원 기간 연장 비용을 내지 않은 상태이므로, 지금은 '테스트통과자'의 신분인데, 매년 열리는 아시아 행사 기간 동안 그 행사를 참여하는 사람들과 함께 여행차 세부로 출국을 했다. 공식 일정에는 일체 참여하지 않았지만, 싱가폴 회원 등 다양한 지인들이 자체적으로 계획한 비공식 일정을 함께하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귀국 5일 전, 지인에게 청천벽력의 소식을 들었다. 이 블로그에도 함께한 행복한 시간들이 남아있기도 한, 잊을 수 없는 그녀. 2016년 한 해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준 그녀의 부고 소식이었던 것이다. 이번에 온 커뮤니티에서 만난 사이였고, 비밀연애를 했었다. 헤어짐은 매우 쓰라렸고, 폐인처럼 살다가 서울을 떠나 몸을 혹사시키면서 잊으려 노력했다. 나와 사귀었던 소문 때문에 활동에 지장이 있을지 몰라, 헤어진 후에도 이 사실을 숨겼고,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다. 이제 웃으며 연락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더이상 어떤 대화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정신이 아득했다. 벌써 이 커뮤니티에서 가장 친했던 사람이 갑자기 하늘로 가버린 게 두번째다. 대체 세상이 나에게 왜 이러나 싶었다. 곧 내 소식을 들은 친구들이 많이 위로를 해주었고, 결국 그들과 함께 어울리며 큰 위로를 받았다. 외국 친구도 진심 어린 위로로 감동을 주었기에 이렇게 잘 버티고 귀국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귀국행 티켓을 바꾸고 혼자 돌아와 장례식장에서 너의 사진을 봤다면 나 스스로가 버티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왜 그렇게 슬퍼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속에서 오열하는 것도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았다.
귀국길의 하늘은 참 예뻤다. 사실 사후세계는 없다고 믿지만, 이번만은 하늘이 너와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더 예뻐보였다. 이미 장례식은 끝나있었기에, 사귈 적 이름만 들었던 동생에게 연락하여 조의금을 보내고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사랑을 배웠고 아픔을 배웠다. 그 뒤로 네가 좋아하는 요리도, 맥주도 이제 꽤 잘 하게 되었는데 한 번도 해줄 수 없게 되었다. 내가 널 위해 곡을 쓸거란 건 네가 뻔히 알고 있었기에 미뤄 두었는데, 그 곡이 추모곡이 될 수밖에 없게 될 때까지 난 대체 뭘 한걸까.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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