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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연재상자/어떤 존재들] - 어떤 존재들 1 '제갈량' - 오렌지노 새 장편 소설
[자작연재상자/어떤 존재들] - 어떤 존재들 2 - 오렌지노 장편 소설
[자작연재상자/어떤 존재들] - 어떤 존재들 3 - 오렌지노 장편소설
[자작연재상자/어떤 존재들] - 어떤 존재들 4 - 삶에 대한 오렌지노 장편소설
[자작연재상자/어떤 존재들] - 어떤 존재들 5 '로마에서의 사색' - 오렌지노 장편소설
크로넬리아와 대화를 하다보니 벌써 해질녘이 되었다.
"코타, 이만 들어갈까?"
"그래. 늦었네."
"그런데 말이지... 네가 말한 그 이상한 아저씨와 비슷한 사람을 나도 본 것 같아."
"뭐라고? 그럴리가..."
"아저씨는 아니고 최근에 알게 된 우리 또래의 여자아이인데... 맞다 절대 얘기하지 말랬는데..."
"무슨 얘기를 했길래?"
"아니... 페르시아에 가봤다는 얘기를 하길래..."
"페르시아?"
"응. 우리 나이에 페르시아에 가 본 애가 어디있겠어? 이상하지만 그냥 듣고 있었더니 혼자 뭔가 흠칫 놀라면서 못 들은걸로 해달라고 하지 뭐야."
"그 이상은 별 말 없고?"
"응. 갑자기 관심을 보이네?"
"응. 크로넬리아. 나 그 아이 만나보면 안될까?"
"안될 건 없지만... 이런 얘기 아무한테도 하지 말라고 했단말이야..."
"응. 이상한 얘기는 안 할게. 부탁이야."
"뭐... 그러면 할 수 없지만..."
강한 직감이라고 해야할지, 크로넬리아가 소개한 그 소녀는 어쩌면 나와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나이에 적국에서의 얘기를 했다가 말하면 안 되는 얘기라고 했다니, 어쩌면 전생에 페르시아에 살았던 것이 아닐까 싶다. 난 페르시아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자세히 물어볼 수는 없겠지만, 사실이라면 여러 나라에 대한 경험이 겹치게 될 것이 분명했다.
다음날, 광장에 일찍 나와 크로넬리아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리니 저 멀리서 크로넬리아의 실루엣이 보인다.
"크로넬리아!"
"깜짝이야... 날 이렇게 반겨준 것은 처음인걸?
"그런가? 기다렸어."
"나를? 별 일이 다있네. 뭐하고 놀까?"
"...어제 네가 말한 아이는?"
"뭐? 날 기다린게 아닌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너 기다린 것 맞아."
"서운하잖아. 율리아도 고민하다가 오기로 했어. 이 광장에 종종 왔다더라고."
크로넬리아가 이렇게 서운해 할 줄이야. 나이도 어린데 나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가졌을거라는 생각은 많이 하지 못했다. 율리아라고 했던 그 아이와 따로 얘기를 해야할텐데, 그 기회를 잡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무슨 말을 해야 이 친구가 나의 의도를 알아챌지 머리를 써본다.
"크로넬리아. 안녕?"
율리아라고 불리는 아이가 온 것 같다. 크로넬리아가 질투를 한 이유를 어느정도 알 것 같다. 귀여운 외모의 소녀는 또래 여자아이들에게 질투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율리아 왔구나. 여기는 내 친구 코타야. 너를 무척 기다리더라."
크로넬리아의 말에는 가시가 돋혀있다. 심심한 소개가 지나가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오갔다. 뭔가 전생에 대한 얘기를 은연중에 하고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결국 꿈에 빗대어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내가 어제 꿈을 꿨는데, 내가 동양인이 되어있더라고. 페르시아는 아니었고,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한 사람들이 가득했고 긴 옷을 입고 있었지."
크로넬리아는 내가 페르시아 이야기를 하자 눈치를 주었다. 자신이 나에게 율리아의 페르시아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 하게 하고싶었을 것이다. 나는 그 눈빛을 못본 척 말을 이어갔다.
"종이를 만들었다는 그 곳은 크게 세 나라로 갈라져있었어. 위, 촉, 오나라라고 불렸고 나는 촉나라의 임금 곁에서 전술을 지휘하는 사람이었지."
결국 난 가장 최근 삶이었던 제갈량으로 살아간 이야기를 꿈을 빌어 얘기하고 있었고, 그 때 심하게 흔들린 율리아의 눈동자를, 나는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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