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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노상자/하고 싶은 말

새벽에 자기 집에 갇혀 119 부른 ㅂㅅ같은 썰. 현실방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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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ㅂㅅ썰 대회 없나요? 너무나도 황당한 일이 저에게 일어났습니다. 어디 프로그램에 제보해도 될 것 같아요.

누가 웹툰으로 한 번 그려줬음 좋겠다...


제 방에 갇혀서 119를 부른 썰... 정말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불이 나거나 긴급할 때만 써야 하는 119임을 너무나 잘 알기에 정말 어떻게든 혼자 힘으로 해보려고 했는데 불가항력이었어요.



우선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배경지식입니다.


 - 신축 빌라에 첫 입주로 들어옴 10/20. 2층집

 - 부동산을 통해 전세로 입주했기에, 집주인(건물주)과 따로 연락한 적이 없었음

 - 계약서에 건물주 연락처가 있지만, 차에 둔 상태

 - 침실 방문이 통 유리로 된 샷시인데, 문을 닫으면 밖에서 잠기게 되어있었음 <-- 이 사건의 원흉이고, 사건 전까지 알 턱이 없었음


그리고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시간순으로 나열해보겠습니다. 

갇혀있던 약 70분이 저에겐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습니다.




6:20 AM - 잠에서 깸. 방에 갇힌 상황을 인지

목도 마르고 무엇보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 방에서 나가길 시도하였으나 문이 열리지 않음. 힘을 주어도 어쩐지 잠겨있어 열리지 않는 상태. 문이 유리로 되어있기에 바깥을 보니 황당하게도 잠금장치가 있었고, 이걸 열려면 주방에서 열어야만 열리는 개빡치는 상황.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런 공사를 했는지, 업자가 문 설치할 때 잠시 정신이 가출했던 것 같음.

중요한 건 내가 갇혀있다는 것이고, 나갈 방법을 찾아야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가 우리집 현관으로 들어와 열어주어야 하는 상황. 혹시나 싶어 창문을 열어보았으나, 2층에서 맨발로 뛰어내리기는 쉽지 않고, 1층이 좀 높게 된 건물이라 사실상 2.5층 높이임. 벽을 타고 내려가기에도 좀 위험한 상황.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누군가 들어와서 열어줘야만 이 상황을 탈출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집주인에 연락하려 하였으나 연락처를 모르기에 부동산 담당자분께 문자를 넣어둠. 긴급상황이지만 이른 시각이라 전화는 무례하다 판단.


6:40 AM - 어머니에게 전화함

할 수 없이 차로 20~30분 거리에 사는 어머니께 전화를 함. 참고로... 어머니가 좀 편찮으셔서 2달 전 입원하여 큰 수술을 하셨고, 현재까지도 통원치료중이셔서 가급적 부르지 않으려고 했다. 그만큼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 단순 탈출 문제 뿐 아니라 화장실도 급했다.

어머니께 상황을 설명하고 택시를 타고 와달라고 부탁한 뒤 비밀번호를 알려드림


7:04 AM - 어머니가 집에 도착

어머니가 택시에서 내려 현관문 열기를 시도하셨는데, 문을 열라고 하자 보조 잠금장치인 걸쇠가 걸려있어 열 수 없었다. 그제서야 어젯밤 걸쇠를 걸어두고 잤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어머니가 이 문을 열 수 없다는 현실에 봉착. 이제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했다. 어머니가 하실 수 있는 게 없으니 제가 알아서 할테니 돌아가시는게 어떻겠냐 말씀드렸더니 해결될때까지 안가신다고 함.

그런데 현관도 열 수 없는 상황이면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다. 주방으로 들어가는 창문도 집안에서 2중 잠금으로 닫혀있기에 현관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 창문 밖으로 내가 탈출했더라도 다시 집으로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차에 있던 계약서는 어머니와 통화하여 찾은 후 집주인 연락처를 메모했다.

그제서야 연락할 수 있는 곳에 모두 전화를 해보기 시작한다. 일요일 아침이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결국 집주인, 주택 관리소, 부동산에 전화를 모두 시도했지만 받는 곳이 없었다. 상황이 이 쯤 되니, 신체도 위급상황을 알아챈 것인지 생리현상을 좀 참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젠 진짜 화장실 급한 게 문제가 아닌 상황이니까...

사실상 그들과 연락이 되어도 내부공사 실수에 대한 책임 소지 외에 딱히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어떻게든 현관의 보조잠금 걸쇠를 부수고 들어오는 방안을 찾아야 했다. 어머니가 열쇠집 등 여기저기 수소문하시는 모습을 창밖으로 보며 마음이 아팠다. 그러다 어떤 아저씨가 상황을 지켜보고 있어 이야기를 하시는 걸 목격. 원래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하지 않는 분이신데...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사람이 이 집 공사 책임자였다. 상황을 도와주려는 자세는 취하지만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태도가 아니고 지나가는 사람처럼 말과 행동을 했기에 나중에 알고 좀 화가 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은 119였다. 어떻게든 119는 부르지 않고 해결해보려 했는데, 방법이 없었다.

7:21 AM - 119에 신고

불이 난 것도 아니고, 위급 환자가 있는 것도 아니거늘 결국 119에 신고를 해야했다. 전화를 하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도 너무나도 죄송했다. 친절한 상담대원은 아마도 보조잠금장치를 부수고 들어와야 할 것 같다고 하셨고 알겠다고 했다. 출동을 하신다고 했고 문자가 왔다. 

이 때에 집주인과 연락이 되었고, 공사 담당자랑 통화를 했으며, 현장에 있다고 했다. 공사 하자이니 파손에 대해선 공사 담당자에게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했다며 연락처를 알려주셨다. 그리고 황당하게도 그 사람은 아까 방관자처럼 서있던 사람이었다.

7:34 AM - 구급대원 도착. 해결

출동한 대원분께 전화가 와서 도어락 비밀번호를 물어보시길래 알려드렸다. 창밖으로 소방차 한 대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민망한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이 하찮은 문제로 저 큰 소방차가 출동하도록 만들었다니... 그리고 3분이 내리셨다. 민망함은 더 심해졌다.

곧 현관 앞까지 도착한 대원분이 손쉽게 현관을 여셨다. 보조잠금 걸쇠를 파손하지도 않고 어떤 도구를 사용하여 쉽게 여셨고,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보조잠금장치에 대한 보안에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생략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밖에서 잠긴 내 방문을 열어주셔서 난 탈출에 성공했다.

상황은 풀렸고, 문 밖에는 어머니와 공사담당자도 와있었다. 이 ㅂㅅ같은 방문 잠금장치를 확인했고, 곧 해체하러 오기로 약속하고 돌아갔다.

119 구급대원은 간단하게 신원 조회를 하고 돌아갔다. 감사하다고 몇번이나 말했다. 죄송했다.



사건은 여기까지입니다. 결국 조금 뒤에 다른 분이 장비를 들고 와서 이 ㅂㅅ같은 잠금장치를 간단히 해체하고 죄송하다며 돌아갔습니다.

놀라셨던 어머니를 진정시켜드리고,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드린 뒤 조금 쉬다가 다시 집으로 모셔드리고 돌아와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문제의 잠금장치 사진... 대체 왜 이것이 안에서가 아닌 밖에서 자동으로 잠기게 되어있던 것인지... 이런 일에 119를 부르게 만들었는지... 편찮으신 어머니를 급히 불러야 했는지...


결국 현관문 파손 없이 깔끔하게 해결되긴 했지만 제 일요일 아침은 엄청난 해프닝으로 시작하게 되었네요.



당사자인 저도 믿기 어렵지만,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

방탈출을 넘나 좋아해서 100번 가까이 탈출했던 저에게 현실방탈출의 기회가 올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탈출은 한시간이 넘게 걸렸고...!!


이 사연 어디에 제보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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